라이브러리
프로그래밍언어, 각종코드, 관련동향, 논문 등의 저장소
부동산 폭등과 금리인상, 그리고 한국은행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6년 6월 9일 금요일

부동산 폭등과 금리인상, 그리고 한국은행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6.6.9)

집값 폭등의 진원지를 찾아가면 결국은 과잉유동성의 문제와 만난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더구나 그 돈이 부동산으로 흘러 갈 수 있는 통로가 너무 넓고 허술했기 때문에, 결국 살인적 집값 앙등사태가 빚어졌던 것이다.

1980년대 말의 망국적 투기바람도, 사실은 3저(저유가-저금리-달러약세) 호황으로 넘쳐 나게된 돈이 한꺼번에 부동산으로 밀어닥침으로써 시작된 것이었다.
2005년의 투기바람도 그랬다. 오랜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엔 돈이 넘쳐 났다. 돈 많은 자산가들은 투자할 곳만 찾았고, 금융기관은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는데 혈안이 됐다. 남아도는 유동성은 담보대출의 통로를 타고, 부동산으로 걷잡을 수 없이 유입됐다.

집값 상승이 근본적으로 과잉유동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근원적 처방은 당연히 돈을 줄이는 것이어야 했다. 금리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집값이 폭발직전으로 치닫던 2005년 여름, 금통위는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8일 한국은행은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연 4.25%로 높인 것입니다.

중앙은행을 보통 '인플레와 싸우는 사람'(inflation-fighter)라고 부릅니다. 단기적인 인기에 영향을 받기 쉬운 정부로부터 독립해서 '공공의 적'인 인플레이션을 차단, 경제안정을 확보하는 것일 제1의 사명으로 삼고 있는 것이지요. 8일의 금리인상도 이 목적 때문에 시행된 것입니다.

중앙은행은 돈을 풀거나 조이면서 경기를 조절합니다. 쉽게말해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 같으면 금리를 내려 시중에 돈을 풀고, 경기가 너무 뜨거워져 인플레 우려가 생기면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조이는 것이지요. 지급준비율 정책, 재할인 정책, 공개시장조작 등이 한은이 통화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수단들입니다.

8일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자, 당일 주가는 폭락했고 부동산 시장도 긴장했습니다. 금리인상은 뜨거워진 주식-부동산 시장의 '천적'이니까요.

금리를 올린 한은은 어떤 생각이었을까요. 사실 최근의 경제상황은 고유가, 환율하락, 경기지표 악화, 증시약세 등으로 금리를 올리기 쉽지 않은 여건이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다시 빠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주장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은은 인상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할 경우, 하반기에 경기가 계속 부진하면 연내에는 다시는 금리를 올릴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경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금리를 올려 시중의 과잉유동성(돈)을 흡수,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고 부동산 등 자산 버블을 억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르고, 빚을 진 사람은 이자부담이 늘어납니다. 이렇게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부담이 늘어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됩니다. 또 500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각 가정의 부담도 늘어나 소비도 위축됩니다.
결국 한은이 저금리라는 경기확장용 통화정책에서 궤도를 수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한은은 부동산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2005년 여름 금리를 올리려다 포기했었습니다. 한은의 실무자들은 콜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다고 건의했지만, 금통위원들이 인상결정을 못한 것이지요. 그 때도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투기는 수그러들겠지만, 소비와 투자까지 위축시켜 안그래도 어려운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거셌고, 그런 우려에 금리인상이 불발로 끝났던 것입니다.

한은이 금리를 인상한 다음날인 9일에는 주식시장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0.25% 포인트 인상으로는 큰 영향은 없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inflation-fighter'로써 금리를 통해 한국경제를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행보를 계속 관찰하면 경제의 커다란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Comments,     Trackbacks